침대에 드러누워 웹서핑 중 엄청난 소식을 접했다. 말레이시아 국립 동물원에 판다가 있다고...
아직 에버랜드 판다도 못봤는데 이 머나먼 타지에서 판다를 볼 수 있다니!
판다가 너무 보고싶어서 급하게 동물원으로 향했다.
내가 평소에도 판다를 보고싶어 했는데 와이프가 함께해줘서 고마웠다.
1. 위치 / 입장료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에 동물원으로 향했다. (그랩 탔음)
부킷빈탕에서 좀 떨어져 있어서 동물원 간 김에 근처 함께 볼만한 것이 있나? 싶었는데
딱히 보이지 않아서 동물원만 갔다가 돌아오기로 했다.
자국민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그런지 현지인들도 애용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외국인 여행자여서 최고가로 입장.
동물원 가면서 솔직히 기대 하나도 안되고 판다만 열심히 보고 나와야지 판다판다 하면서 간건데
여기서부터 놀라운 일이 펼쳐졌다.
아주놀라워
2. 기린
입장하면 초입에 기린이 있었다. 아니 뭐야... 기린이랑 나랑 왜이렇게 가까워요.
잘 보면 동물원 바깥쪽 말고 안쪽으로는 울타리가 없다.
바위만 좀 있는데 기린 다리가 더 길어서 마음만 먹으면 밖으로 나올 수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와 기린이 엄청 순해서 그런가보다 ㅎㅎㅎ 했는데
조금 더 구경하니 우리나라 동물원과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야생에 그냥 울타리를 치고 이곳은 동물원입니다~ 한 것 같은 느낌?
3. 압도적인 공원 내부
조금 걸어가니 엄청난 풍경의 호수가 우리를 압도했다.
여기가 도시가 맞나? 싶을정도로 멀리 높은 산이 보이고 새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데 정말 환상적이었다.
내가 마치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처럼, 야생 한가운데 떨궈진 기분이 들면서
약간의 걱정과 엄청난 고양감과 해방감이 몰려왔다.
동물원에 새가 많았는데, 대부분의 새가 새장 안에 있지 않고 그냥 밖에 날아다녔다.
동물원에 가둬둔게 아니라 그냥 동물원이 얘네들 집인거임.....
날아다니고 걸어다니고 관광객들에게도 거침없이 다가온다.
새장 안에 있는애들은 밖에 나오면 죽을까봐 넣어둔게 아닐까?
이렇게 다른 동물 보러 이동하는 길에도 새가 많이 있다.
쟤들한테 다가가서 사진찍어도 신경 안쓰니 편하게 인증샷 남길 수 있음.
무섭게 생겼으니 만져보진 맙시다.
4. 사자
아 씨 깜짝이야!!!!!!!!!
판다보러 계속 이동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자 나왔다.
아니 근데 이게 사자가 우리 안에 갇혀있는게 아니라 나랑 아이컨택 해 이거 왜이래...
처음에 너무너무 깜짝 놀라서 굳어서 못움직였다.
저기 보면 나랑 사자 사이에 물웅덩이 약간 있는게 전부인데
웅덩이가 엄청 얕다. 바로 바닥이 들여다보일 정도.
나는 깨달았다.
사자가 갇혀있는게 아니라 자의로 저곳에서 살고있는 것이구나.
그래서 그런지 적대감 없는 표정으로 엄청 나른하게 우리를 쳐다봤다.
사자형님... 아니 누님... 살려주십셔.
5. 호랑이
옆에는 호랑이가 있었는데 얘는 자의로 살고있는게 아닌지
웅덩이가 훨씬 깊어서 수영 할 정도인데도 나오지 말라고 울타리가 높았다.
그래도 나름 동물 별 관리는 하고 있구나.
6. 사슴
옆에 엄청 귀여운 사슴들이 있었는데 나오지 말라고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었다.
이 동물원에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가둬 둔 건 요 사슴들이 처음이었다.
사슴 키에 비해 훨씬 높은 철조망이 촘촘히 설치되어 있었지만
구멍이 커서 잘 구경할 수 있었다.
7. 코끼리
코끼리들도 높이가 낮은 나무 울타리 안에서 자의로 살고있었다.
어른 코끼리가 툭 치면 울타리 다 부서질 것 같았지만 점잖게 안에서만 돌아다니는 것이 신기했다.
답답하지 않게 사육사들이 잘 챙겨주고 있나보다.
8. 낙타
낙타도 동물원에 자의로 살고있었다. 여러분도 이제 놀랍지 않죠?
대충 울타리 흉내 내려고 나무랑 돌 갖다놨는데 낙타 키가 훨씬 크다.
나오지 않고 지내서 고마워.
9. 물소
엄청 쎄게 생긴 물소가 얌전히 풀을 우물우물 하고 있었다.
눈매도 그윽한게 잘생겼다. 덩치와 풀과 느껴지는 포스가 이 동물원에서 코끼리 다음으로 셀 듯.
10. 판다
많은 구경 끝에 드디어 판다에게 도착!!! 말레이시아에서도 판다는 대스타였다.
판다 전용관이 크게 지어져 있었는데 설레는 마음에 입장하느라 건물사진을 못찍었다.
내부도 엄청 넓고 판다들이 평화롭게 대나무 먹고 있었다. 너무 귀여워 ㅠㅠ
사진으로 보던 그 이상의 감동.
다른 관람객들도 판다에게 홀려서 정신없이 사진찍고 있었다.
판다들을 보고 나오면 판다 기념품도 판매했는데 별로 안이뻐서 패스.
11. 그 외 동물들
동물원이 엄청 커서 판다 보고 나와서도 한참을 더 구경했다.
많은 동물들이 자의로 동물원에 살고 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말레이시아라서 말레이곰도 있었는데 사진찍은게 어디갔는지 못찾았다.
곰이 아니라 크고 까만 원숭이같이 생겼음! 표정도 좀 울상이고.
구경을 마치고 출구로 나오면 그랩 서는 곳이 있어서 쉽게 귀가할 수 있다.
정말 야생미 넘치고 인상적인 동물원이었다. 말로는 감동을 반도 표현하기 어렵다.
와이프가 즐겁지 않을까봐 조금 걱정했는데, 나랑 첫 방문이어서 그런지
나와 같이 많이많이 즐거워하는 것 같아서 정말 기쁘고 고마웠다.
재방문 의사 몹시 많습니다. 강추 또 강추.